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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슈준] 밥 먹을땐 개도 안 건드린다

 



준면은 오늘도 생떼를 부리고 있었다.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줄줄히 늘어놓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나이를 방패삼아 상도덕을 운운하는 모습은 우스워보이기까지 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낀 상태로 콧방귀를 연신 뀌어대던 민석의 모습에서 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정신없이 움직이던 불그스름한 입술이 금새 삐죽 튀어나온다. 




“내 말 듣고 있는거지?”




반듯한 미간에 힘을 주며 말을 내뱉는 모습이 제법 진지해보였다. 하지만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민석의 상황에서 들었을땐 도무지 진지하게 들어줄래야 들어줄수가 없는 말들이었기에 그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랬다. 그러니까, 지금 아저씨는,




“아저씨가 나를 깔겠다고?”

“내가 연상이잖아.”

“그래서요.”

“보통 이런건 나이 많은 사람이 리드한다던데, 이상하지 않아? 너는 아직 교복도 못벗은 고등학생이고 난…”




주절주절, 작은 입을 열심히 움직이며 늘어놓는 변명들이 지렁이마냥 꿈틀거리며 허공을 부유했다. 차라리 다른 생각이라도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자니 괜히 짜증스런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김준면. 주절거림을 멈추지 않는 저 입술을 멈추기 위해서는 단호한 의지를 내비치는것이 중요했다. 겁이라도 줘야하는건가, 하는 마음에 민석은 굳은 얼굴로 눈가를 덮는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눈에 띄게 굳은 제 얼굴이 그제야 시야에 들어오기라도 한건지 동그랗던 눈매가 평소보다 조금 크게 뜨여지더니 이내 도록도록 눈동자를 굴리며 살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저것봐, 또. 저런 인간이 깔기는 누굴 깔겠다고…




“아저씨는 나 못 깔아요.”




나지막하게 내뱉어진 민석의 말을 들은 준면의 뽀얀 얼굴이 보기 싫게 구겨졌다. 못마땅한 일이 있을때면 늘상 보이던 익숙한 표정. 미간에 깊게 파이는 주름과 삐죽 튀어나오는 아랫입술, 그리고 수직경사를 그리며 떨어지는 입꼬리. 그 모습을 보자니 하얀 박하사탕을 머금고 혀를 돌돌 굴리는 입 속에 혀를 집어넣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어 올라왔기에 민석은 눈을 꿈뻑였다. 박하사탕 특유의 매운향 탓인지 활발히 활동하는 침샘에 의해 입 안이 흥건하게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이 유독 통통해보였다. 반면에 그와는 대조되게 말라가는 입 속을 혀로 두어번 쓸어내리며 민석은 준면에게 물었다. 왜 인줄 알아요? 자신의 질문에 눈동자를 슬쩍 옮기더니 시선을 부딫혀오는 모습이 주홍색 조명 아래에서 노랗게 익어갔다. 




“나야 아저씨한테 박는거 들켜도 소년원으로 가겠지만,”




크게 뜨여진 눈동자가 느릿하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좋은 단어선정은 아니었던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까끌거리던 입 안에서 쓴 맛이 느껴졌다. 




“아저씨는 나한테 박으면 바로 콩밥이거든.”




자신보다 7살이나 많은 준면은 언제나 감정을 감추는일에 서툴렀다. 그리고 그러한 면모는 거짓말을 할때면 고스란히 드러나서 이따금씩 준면을 당혹스런 상황으로 밀어넣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당혹감에 물든 눈가가 노랗게 반짝였다. 달래주려는 요량으로 뻗은 손 끝에 닿아오는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투박한 손길로 머리를 살살 부비는 민석의 행동에 의해 마구잡이로 흐트러졌다. 머리카락마저도 김준면스러웠다. 뽀얗지는 않지만 가느다란 몸처럼 낭창하기 그지없는 모발. 아, 이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김준면의 일부일테니 김준면스럽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쓰면 안되는건가? 잡념에 빠져있는 머리와 달리 입을 쉴새없이 또 다른 단어들을 내뱉으며 하나의 문장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얌전하게 안겨요.”









김민석 x 김준면
밥 먹을땐 개도 안 건드린다.











아래에서 허리를 감싸오는 다리는 땀에 젖어 번들거렸고 혀 끝에 와닿는 피부는 짭짜름한 소금기를 머금고 있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을 좋아하지 않는 준면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도 켜지 않은 상태로 몸을 섞음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이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이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보다도 더 위태로운 모습으로 흐트러진채 한쪽 얼굴을 한껏 구기며 몸을 움찔대는 준면의 모습을 쫒는 민석의 시선이 집요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시선보다도 더 집요하게 불그스름하게 부어오른 유두를 감아올리는 혀가 괴로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채 낫지못한 감기가 동반한 기침처럼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신음에 민석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성급히 시작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준면이 괴로워하리라는것을 알기에 천천히 공들여 전희를 주는데 아래에서 다른 의미로 끙끙 앓는소리를 내는 준면을 바라보자니 인내심이라는 벽이 서서히 무너지는것이 느껴졌다. 씹어 삼키고 싶었다. 아프게 저 빨간 유두와 목덜미를 깨물고 그 사이에 이를 박아 내것이라는 표식을 남기고 싶었다. 절정에 이르러 자신의 이름을 부를 입술을 거칠게 탐하고 싶었고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저 음란한 입구에 자신의 모든것을 쑤셔박아 도자기 인형처럼 예쁜 얼굴이 쾌락으로 일그러지는것을 보고 싶었다. 가쁘게 오르내리는 가슴팍에 위치한 불그스름한 유두를 꼬집듯이 잡아 비틀자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아…! 아읏, 으…! 민, 석아…! 아파, 흐…”

“좋으면서 또 그러네.”

“우으, 흐, 읏…”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말에 입술로 가슴팍을 지분거리던것을 멈추고 웅얼거리자 대답 대신에 신음을 흘리는 준면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유두를 꼬집듯이 만지던 손을 내려 페니스를 잡아쥐자 질척하게 젖어든 기둥이 연신 꺼떡대며 손아귀 안에서 펄떡댄다. 둥그스름한 귀두 끝에 맺힌 쿠퍼액을 문지르자 금새 번들거리는 페니스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빠르게 피스톤질을 시작하니 꼿꼿하게 서있던 목이 팍 꺾인다. 당연한 수순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위에 봉긋하게 자리잡은 입술에 입을 맞추며 혀를 집어넣어 뜨거운 내부를 들쑤시니 억눌린 신음이 불규칙적으로 터져나왔다. 괴로웠다. 이토록 뜨겁게 자신을 집어삼키는 열기가. 김준면의 구멍, 낭창한 몸에 자리잡은 작은 구멍들은 곧 잘 민석을 벼랑끝으로 내몰고는 했더랬다. 




“으음, 응, 우… 으응…”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슴팍을 타고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가 퍽 자극적이었다. 민석의 취향은 남들이 듣는다면 독특하다 느낄수도 있는편이었다. 별로 가리는것은 없이 김준면이면 다 좋다는 공식은 베이스로 깔아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준면의 은근한 구석들을 좋아했다. 어디를 슬쩍 눌러주면 벌개진 얼굴로 신음을 참는지, 어느곳을 비벼줘야 야살스레 얼굴을 구기며 신음을 참기위해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지 알고 있었고, 그러한 약점들을 이용해 준면을 괴롭히는것을 좋아했다. 크립토나이트. 민석과 준면은 서로에게 크립토나이트와 같았다. 민석에 의해 평소의 단정하고 금욕적인 모습을 잃고 흐트러지는 준면과, 그런 준면을 은근하게 바라보면서 뭉근해지는 아랫도리를 준면에게 쑤셔넣으며 욕정하는 민석. 남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스러우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흥분되는 조금은 어긋난듯한 관계.




입술을 꾹 깨물고 준면의 페니스를 흔드는일에 열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끈적하게 손목께를 적시는 감각에 민석은 눈을 가늘게 뜬채로 준면의 입술을 찾았다. 파정의 여운으로 파르르 떠는 몸에 힘을 준채 먹이를 찾는 아기새마냥 자신의 품에 안겨오는 준면의 행동에 민석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간다. 이것 봐, 이렇게 맥없이 안길거면서. 이렇게 예쁘게 안길거면서 꼭 사람 애태우지.




사정의 잔해물로 인해 끈적하게 수분기를 머금은 손가락 두어개를 꼼지락거리던 민석이 준면과 시선을 교환했다. 동의를 구하는 무언의 표시. 나른하게 풀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는 행동에 침대의 하단으로 내려가 준면의 엉덩이를 슬쩍 잡아쥐는 손길이 제법 노골적이었다. 대책없이 푹신한 빈백이나 버블랩을 발견할때처럼 뽀얀 준면의 엉덩이는 때때로 필요 이상의 가학심을 불러일으켜 민석을 곤란하게 만들곤 했다. 마른몸과 대조되게 통통한 엉덩이의 지방을 장난스레 베어무는 행동에 흠칫 몸을 떨던 준면이 모난 눈꼬리에 원망스런 감정을 대롱대롱 달고 민석을 바라본다. 힘겨워보이는 얼굴에 민석이 본능적으로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잡아내리며 질척하게 젖어든 손가락으로 준면의 애널 주변에 찌그러진 원을 그린다. 그 은근한 움직임이 동반하는 아찔한 감각에 분홍빛을 띄는 애널이 살아있는 생물체마냥 느릿하게 이완과 수축을 반복한다. 벌름거리는 입구의 주변에 자리잡은 자잘한 주름들을 하나하나 세어보기라도 하듯이 문지르다 손가락을 쑥 밀어넣는 민석의 행동에 준면이 허리를 슬쩍 뒤틀며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참기위해 침대 시트를 꾹 잡아쥐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엉덩이에 버드키스를 두어번 해주며 허리를 쓸어내려주자 손가락을 끊어내기라도 할것처럼 팽팽하게 조여들던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지는게 느껴졌다.




한숨에 가깝게 무거운 호흡을 내쉬며 제 안을 조심스레 넓히는 민석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던 준면은 갑작스레 손가락 두개를 더 집어넣더니 빠르게 피스톤질을 하는 민석의 행동에 재빨리 베개 위로 얼굴을 파묻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으, 아으, 아…! 너무, 그렇게…! 흐, 아아…!”




평소 가죽으로 만들어진 단정한 모양의 가방이 자리하던 뽀얀 어깨가 다급함의 파도에 의해 요란스레 흔들렸다. 붉은 열기로 인해 달아오른 목을 쭉 뻗으며 땀에 젖은 이마를 베개에 파묻는 모습이 위험하리만큼 색정적이었다. 묘하게 일그러진 눈매로 계속해서 벌름대는 애널에 거칠게 손가락을 쑤셔넣던 민석이 비좁게 손가락을 압박하는 내벽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살살 문질렀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다시 파닥대며 허리를 바르르 떠는 준면의 행동을 바라보던 민석이 한숨을 내쉬며 몸을 곧추세웠다. 위험하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한계점탓에 제어가 어려웠다. 당장에라도 저 속으로 파고들어 뽀얀 얼굴이 눈물로 젖어들때까지 허리짓을 하고 싶었다. 살갗이 따끔거릴만큼 몸을 덮쳐오던 열기가 한계점을 지나치자 되려 몸이 차갑게 식어오는듯한 기분이었다. 일초라도 빨리 뜨거운 저 내부로 제 자신을 밀어넣고 싶다는 욕망에 준면의 둥 뒤를 연신 입술로 지분거리던 민석의 움직임에서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성급함에 의해 몸이 잠식되자 자신이 준면의 내부로 들어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만도 않았더랬다. 슬그머니 번들거리는 귀두를 밀어넣음과 동시에 본래의 난폭한 본성을 드러내며 제 페니스를 잡아무는 움직임에 민석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새어나왔다. 땀에 젖은 준면의 이마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느릿한 손놀림으로 정돈해주던 민석이 슬쩍 제것을 비좁은 내부로 더욱 밀어넣으며 속삭였다.




“힘 빼요. 그래야 둘 다 안 다쳐. 알잖아요.”




안 괴롭히고 금방 할게, 응?
충분히 뒤를 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움찔대는 행동에서 괴로움이 느껴졌다. 준면은 늘 그랬다. 몇번을 해도 늘 길들여지지 않은 처녀마냥 아파하다가도, 금새 길들여진 요부마냥 쾌락이 뒤섞인 눈길로 제 입술을 찾곤 했다. 그런 준면의 행동에 자신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준면의 몸을 더듬기 바빴고, 언제나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민석은 그러한 일상에 불만이 전혀 없었다. 물론 준면이 자신의 나이를 앞세워 자신을 깔아뭉개려는 기미를 보일때를 제외하고는, 그러한 나른한 여름날과 같은 일상을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다. 




잡념에 빠져든 사이 어느정도 고통에 적응이 됐던지 슬그머니 허리를 움직이는 준면의 행동이 느껴졌다. 작은 움직임과 함께 내부에 파고든 자신을 녹이기라도 할것처럼 질척이며 예민한 신경들을 감싸는 준면의 행동에 민석은 허리를 슬쩍 움직였다. 작은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큰 반응을 보이는 준면의 모습을 보는것이 좋았다. 내가 이정도의 영향력을 이 예쁜 사람에게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승리감과 함꼐 이기적인 정복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여전히 몸을 저릿거리게 만드는 감각에 몸부림을 치는 준면을 달래주려는 요량으로 목덜미와 어깨에 입을 맞추니 그 입맞춤을 따라 얇고 붉은 순흔들이 천천히 새겨진다. 따끔한 감각에 눈을 슬그머니 뜨는 모습이 나른함에 잠겨있는것처럼 보였다. 아른거리는 모습에 턱의 가장자리에 입술을 파묻자 비죽거리며 움직이던 입술이 조심스레 입을 맞춰왔다. 질척이는 혀의 움직임을 따라 더욱 뜨겁게 젖어들어가는 결합점이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민감한 발끝으로부터 서서히 올라와 척추를 마비시키는 불꽃에 의도치 않았던 가쁜 숨이 터져나왔다. 허리를 수그린채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던 준면은 눈을 질끈 감은채 연신 불규칙적으로 제 엉덩이에 비벼지는 뜨겁고도 끈적거리는 움직임을 따라 신음을 터뜨렸다. 




“하, 읏, 아응, 으으으, 조,금만, 흣, 천천히…! 우으으…”

“으, 뒤로 이렇게, 잘 느끼면서, 후으, 누굴, 깔겠다는건데.”




잘록하게 잡히는 허리가 자잘한 근육으로 인해 탄탄하게 굳어있었다. 꼬집듯이 뭉친 근육들을 문지르는 자신의 행동에 의해 준면의 고개가 젖혀졌다. 평소 간지럼을 잘 타는탓에 예민한 옆구리나 배는 만지지 말아달라는 준면의 부탁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정말로 간지럼을 잘타서, 두번째는 그곳이 말 그대로 민감해서. 유감스럽게도 후자를 포함한 두가지 이유를 모두 알고있던 민석에 의해 준면은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리며 아랫배에 힘을 줬더랬다. 그 움직임에 의해 잔뜩 수축된 애널이 민석을 강하게 죄여왔다. 골반께에 머무르던 둔탁한 감각이 서서히 척추를 타고 올라와 낮은 신음으로 변모해 날아간다. 점성도 높은 하얀 액체로 인해 끈적하게 젖어든 접합부가 연신 거세게 부딫혀오는 낭심을 천천히 적셔갔다. 끈적한 액이 달라붙은 낭심이 채찍질이라도 하듯이 준면의 엉덩이와 마찰하자 음란하게 찌걱대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적나라한 신음소리보다도 더욱 서로를 자극하는 은밀한 음악소리. 그에 맞춰 민석의 허리짓이 점차 빨라졌고 그러한 민석의 움직임에 반응하듯이 준면의 신음소리는 점점 높아져갔다. 몸을 집어삼키려는 쾌락을 우겨넣은 발가락은 끝이 하얘질만큼 접혀져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민석의 턱을 타고 떨어져내린 땀방울은 거칠게 준면의 허리를 두들겨댔다. 반면에 준면의 귀에 와닿는 민석의 목소리는 약간 그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을뿐,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아저씨라면, 흐, 깔려준 의향도 있다만…”

“읏, 아으, 흐으으, 그, 그만… 으응…”

“역시 난, 먹히는쪽 보다는 먹는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예민해진 귓볼을 핥짝이며 뱉어지는 긴 한숨 사이사이로 들리는 목소리가 은근했다. 벌써 사정을 여러차례 하고 힘이 풀려 옆으로 쓰러지려는 허벅지를 잡아 모으는 손길이 퍽 강압적이었다. 




“안에다 쌀래요.”




명령조였다. 언제나와 같이 잠자리에서 민석은 무덤덤하고 얌전한 평소 모습과는 달리 거친 면모를 보이곤 했다. 이따금씩 드러나는 남성성을 최대치로 드러내며 은근하게 허리를 문질러올때면 준면은 그 질리도록 능숙한 손놀림을 피하고자 몸을 움츠리곤 했더랬다. 평소 곧 잘 자신을 배려해주던 민석이 갑작스레 안에다가 싼다며 더욱 허리짓에 속도를 올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것을 슬그머니 올려다보던 준면은 확신했다. 민석이는 화가 났구나. 아무래도 자신이 한 말이 신경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냥 위에서 민석을 바라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기분에 해봤던 말이었건만. 어쩐지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땀에 푹 젖어 회색빛을 띄는 시트에 얼굴을 파묻는 준면을 내려다보는 민석의 눈길이 제법 다정했다. 인상을 찌푸린채 허리짓을 하다가 뻑뻑하게 굳은 접합부로 인해 고통스러움이 몸을 감쌀 무렵, 몸을 부르르 떠는 민석의 행동에 의해 하얗게 말라붙어있던 접합부는 다시 따뜻하게 젖어들어 서로의 몸을 감싸고 있는 두 사람을 전율에 떨게 만들었다. 희미하게 몸 속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을 따라 다리를 오므리는 준면의 목덜미를 따라 길게 입을 맞추는 민석의 모습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혹시라도 멋대로 안에다가 파정을 해서 소심한 자신의 연인의 마음을 상하게 한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드는 노파심. 지칠대로 지쳤는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감으며 제게 몸을 기대오는 준면의 몸이 유독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오븐에서 갓 나온 밀가루 반죽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한참동안 매만지던 민석의 입이 달싹이며 열렸다.




“서운해요?”

“…”

“내가 또 아저씨한테 안 깔려줘서?”

“…”

“나는 속상해요. 아저씨 그럴때마다 내가 못해서 그러는건가, 싶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럼?”




되물어오는 목소리가 답지않게 나긋나긋했다. 필시 자신이 토라졌을까 하는 마음에서 자신을 달래주려 보이는 행동이라는것을 아는 준면은 슬쩍 눈을 굴렸다. 그냥, 그냥…




“그냥?”

“…그냥…나는 항상 필요 이상으로 좋아하는데…너는 별로 안 그러는것 같아서… 내가 위로 올라가면 나도 너의 새로운 모습을 볼수 있을까 싶어서…”




느릿하게 이어지는 준면의 대답을 듣던 민석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무언가 석연찮은 점을 발견했을때 보이는 표정이었다. 슬그머니 민석의 미간을 검지로 살살 쓸어주는 행동이 평소처럼 다정하고 조심스러웠다. 




“화났어?”

“…”

“미안해.”

“…”

“잘못했어.”




진심섞인 사과의 말로도 여전히 풀어지지 않는 민석의 얼굴을 바라보던 준면의 눈이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털털한 성격 탓에 왠만한 일로는 토라지는 법이 없던 민석이 보이는 반응에 준면은 그저 눈을 도록도록 굴리며 자신보다 7살이나 어린 연인의 눈치를 살살 살필수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다물어져있던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사정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약간 갈라져있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밥 먹는데,”

“응.”

“먹을때마다 맛있다, 맛있다, 감탄하면서 먹어요?”

“어…?”

“맛있는거 먹기에도 바빠요, 나는.”

“…”

“표현이 서투를수는 있어도, 절대 싫은게 아니라고요.”




어쩐지 부끄러움이 밀려오는 기분에 준면은 쭉 뻗고있던 목을 살짝 움츠렸다. 동시에 준면의 어깨를 감싸오는 축축하게 젖은 팔로부터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데일듯이 화끈거리는 팔에 한쪽 뺨을 가져다대자 홑꺼풀의 커다란 눈 한쌍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것이 느껴졌다. 볼을 툭 건드리는 손가락을 타고 간질거리는 감각이 올라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나 먹는거 좋아하는거 알죠.”

“응, 알지.”

“자꾸 내 음식 넘보지 말아요.”

“…”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라는 말을 하며 제 코를 살짝 잡아 비트는 민석의 행동에 준면이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너는 고양이잖아, 라는 준면의 중얼거림에 민석이 눈을 부릅떠보이더니 준면의 허리를 감싸던 팔에 힘을 주며 속삭인다.




“야옹.”




어쩌면, 잔뜩 굶주린 사랑스러운 고양이에게 특식을 챙겨주는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발칙한 생각에 준면의 뺨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불완전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관계. 자신과 연인의 사이에 존재하는 7년이라는 벽.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의 벽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들려오는 다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노크소리를 통해 그 뜨거움이 전해지는듯한 기분에 준면은 웃음을 흘렸더랬다. 준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석의 입꼬리에도 변함없이 뜨거운 여름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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