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친이신 '그애'님의 리퀘스트로 급하게 써재낀 단편입니다... 그애님 용서해주세요 (무릎 꿇기 시전) 좋은 망상 주셨지만 제가 깎아내린것 같아서 참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진한 무스 크림으로 아이싱 된 케이크처럼 경쾌하면서도 진한 선율이 널찍한 홀의 내부를 가득 울렸다. 머리 위로 흐트러지게 드리운 등나무를 크리스털 글라스 너머로 바라보며 찬열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 샴페인을 몇 잔이나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느껴지는 지독한 갈증에 찬열은 실크타이 위로 자리한 목젖을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벅벅 긁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코로 스미는 라벤더 향, 은은하게 타오르는 은색의 촛대, 화려하게 비틀어 올린 신부의 머리 한쪽에 고정된 청색의 실핀.
그야말로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가느다란 등 뒤로 구름처럼 드리운 새하얀 베일과 분홍색의 전등 탓에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천장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빛나는 신부의 웃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부정하게 하는, 김준면의 얼굴.
갑작스러운 재회로 인한 당혹스러움 탓인지 조명 탓인지 몰라도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붉은 얼굴을 몇 번이나 곁눈질하며 찬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중요한 자리에 나갈 때마다 늘 상 그랬듯이 보기 좋게 드러낸 이마와 몸에 꿰맞춘 듯이 늘씬하게 떨어지는 턱시도, 그리고 초조함을 여실히 드러내듯이 몇 번이나 움츠러들었다가 펴지는 작달막한 손까지.
무섭도록 기억 속 모습과 똑같은 준면의 얼굴을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불쑥 충돌한 시선에 찬열은 황급히 시선을 삐뚜름하게 돌리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연거푸 들이킨 샴페인 탓인지 뒤늦게 밀려드는 두통을 느끼며 찬열은 인상을 찌푸렸다.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자 느껴지는 세찬 맥박에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것도 잠시, 다시 한 번 부딪힌 시선에 찬열은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물로 세수라도 한 번 하면 반쯤 나가버린 정신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신빙성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제 알량한 바람에 불과한 생각이었지만 찬열은 일그러진 얼굴로 묵묵히 발걸음을 옮길 따름이었다. 두툼한 눈두덩을 벌겋게 물들인 채 자신을 담고 있을 눈망울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조용히 움직이던 다리에 계속해서 힘이 들어갔다.
Sugar
written by 1cm
한낱 빗소리로 치부하기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와 거친 헐떡임으로 가득하던 공간으로 작은 마찰음이 비집고 들어왔다. 달칵하는 문소리와 함께 들리는 차분한 숨소리에 미친 사람처럼 젖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던 찬열이 몸을 움찔 굳히고는 빠르게 숨을 내뱉었다.
불규칙적으로 쏟아져 내리는 호흡을 따라 들썩이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던 찬열이 시야를 흐릿하게 적시는 물줄기를 느릿한 손길로 닦아냈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나직한 숨소리를 몇 번이나 곱씹으며 찬열은 애먼 아랫입술을 앞니로 두어 번 짓씹었다. 턱 아래로 뚝뚝 추락하는 물방울에 의해 깨어난 감각들이 터져 나온 불씨처럼 온몸을 작열했다. 제 의지와는 다르게 몇 번이나 울렁대는 목울대를 애써 감춘 찬열이 여태 남은 물기를 손으로 대충 두드려 닦고는 몸을 빙글 돌렸다. 까만 옷감으로 둘둘 감긴 작달막한 몸이 널찍한 시야로 한가득 들어왔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온 말에 먼 곳에 동떨어져 있던 한 쌍의 눈동자가 허공을 한참 동안 방황했다. 꼼꼼하게 버튼이 채워진 순백의 드레스 셔츠와 길쭉한 목 위로 두른 까만 넥타이를 관찰이라도 하듯이 자세히 살펴보던 찬열이 시선을 올려 백열등처럼 하얗게 점멸하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넥타이 탓에 갑갑하게 막혀오는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찬열이 시선을 떨궜다. 반질거리는 구두코처럼 까맣게 깔리는 고요함에 몇 번이나 손가락을 웅크렸다 핀 찬열이 작게 목을 가다듬고는 말문을 열었다.
“신부 예쁘더라.”
잔뜩 긴장한 탓인지 끝이 갈라진 목소리가 거슬려 찬열은 옅게 인상을 찌푸렸다. 둔하게 손끝을 간질이는 민망함에 다시 헛기침을 두어 번 내뱉자 날숨에 몇 번이나 갈린 목젖이 싸하게 아려왔다.
“결혼하는지 몰랐어.”
진심으로 억울하다며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찬열은 찬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눈앞에 자리한 밀가루처럼 하얀 몸은 조심스레 내려다보며 찬열은 다시금 입술을 달싹였다.
“…. 미안해. 형 결혼식인 줄 알았으면 다른 팀한테 넘겼을 텐데.”
괜찮아. 다 지난 일이고, 기쁜 날이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떨어지는 대답에 왠지 모를 초라함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다리를 덜덜 떨었다. 젖은 세면대에 잠시 기대고 서 있었을 뿐인데도 흥건하게 젖은 셔츠가 등 뒤로 불쾌하게 달라붙어 도무지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몰라. 아무것도.”
내가 말 안 했어. 별로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애먼 바지춤만 투박한 손길로 매만지던 찬열이 느릿하게 타일 벽을 울리는 목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눈을 가늘게 뜨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얼굴에 대뜸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묵직한 무게감이 실리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알았어.
“…. 아마도 평생 모르겠지.”
내가 이야기해주지 않을 테니까. 단호하게 맺어지는 목소리를 끝으로 찬열은 팔을 뻗어 준면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다급한 구둣발소리가 타일과 충돌하며 수차례 귓전을 어지럽혔지만 찬열은 고개를 탐욕스레 비틀며 말캉거리는 입술을 몇 번이나 집어삼킬 따름이었다. 순식간에 늘어난 무게감에 이제는 완전하게 젖어버린 셔츠가 망가진 시계추처럼 아슬아슬한 손길에 의해 피부와 마찰했다.
격렬한 입맞춤 사이사이마다 더운 숨을 토해내며 열꽃 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찬열이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비좁은 화장실 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를 그러쥐고 있던 손에 미약하게 힘을 싣자 힘없이 변기 위로 픽 주저앉는 모습에 찬열은 다른 손을 뻗어 칸막이의 문을 힘주어 잠그고는 힘겹게 허리를 수그릴 따름이었다.
번들거리는 입술을 몇 번이나 잘근잘근 깨물며 찬열은 확신했다. 등 뒤를 축축하게 적신 것은 어쩌면 지저분하게 세면대에 남아있던 수돗물이 아닌 저도 모르는 새에 꾸준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미련의 잔해물일지도 모른다고.
Sugar
written by 1cm
속절없이 허공을 더듬는 손길에 커다란 롤 티슈를 보호하던 플라스틱 커버가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흑색의 타일 바닥을 타고 진동하는 소음에 몸을 흠칫 굳히던 것도 잠시, 찬열은 다급한 손놀림으로 꼼꼼하게 매인 실크 타이를 쥐어뜯듯이 풀어 내리고는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었다. 둥글게 감기는 목젖을 혀로 살살 쓸어내리다가 앞니로 슬쩍 깨물자 묵직하게 가라앉는 억눌린 신음성에 찬열은 다시 혀를 내밀어 붉게 자국이 남은 피부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드레스 셔츠 아래에 위치한 유륜을 스칠 때마다 보이는 생경한 반응에 찬열은 실로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좋아하던 운동을 꾸준하게 했던지 평평한 가슴팍을 노골적으로 쓸어내리자 얼마 지나지도 않아 얇은 재질의 천을 뚫을 듯이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손끝으로 꼬집듯이 매만지며 찬열은 게걸스레 혀를 움직였다.
불필요한 소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느라 핏줄이 파랗게 일어난 이마와 미끈하게 뻗은 눈썹을 따라 꼼꼼하게 입을 맞추던 찬열이 코를 간질이는 독한 화장품 냄새에 코를 슬쩍 찡그렸다. 제가 삼 년을 넘게 알아왔던 준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향내를 감지하자 뒤늦게 밀려드는 진한 괴리감에 찬열은 쓰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김준면이, 내가 알아온 준면이 형이 진짜로 결혼을 하는구나.
결혼, 그 낯선 단어가 전해주는 낯설고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두려워 찬열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얗게 드러난 가슴팍이 가팔라진 호흡을 따라 빠르게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했다. 목젖 바로 아래에 예쁘게 피어난 붉은 씨앗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찬열이 불쑥 입을 열었다.
“말하지 마, 신부한테. 아무것도.”
거짓말도, 진실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마. 말을 마치고는 입을 다물자 동그란 눈동자 한 쌍이 아프게 시선을 부딪쳐왔다. 대답 없이 앉아 고개를 기울이는가 싶더니 환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에 찬열은 몇 갈래로 갈린 준면의 창백한 목덜미에 코를 묻은 채 달큼한 숨을 들이쉬었다.
잘해봐야 진실의 은폐, 최악이라면 한낮 거짓말 따위로 포장될 수밖에 없는 붉은 흔적이, 그리고 하얀 변기에 걸터앉아 저를 빤히 올려다보던 시선이 무섭도록 선연해서, 문득 견딜 수 없을 만큼 깊은 서글픔이 몰려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마치 차가운 수돗물과 남은 미련에 의해 흠뻑 젖어서 초라한 몰골로 피부에 눌어붙은 제 셔츠처럼.
Sugar
written by 1cm
화려하게 반짝이는 등나무 아래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연상시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한가득 늘어졌다. 로즈 골드 빛깔의 조명 아래에서 톡톡 터지는 샴페인과 핑크 칵테일, 푹신한 카펫에 수 놓인 장식만큼이나 예쁘게 접힌 냅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롭고 꿈결 같은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저뿐인 것만 같다는 생각에 찬열은 초조한 얼굴로 구두코를 비볐다.
끈끈한 액체가 축축하게 눌어붙은 바지 속과 등 뒤로 기분 나쁘게 들러붙은 흰 셔츠, 그리고 비린 물 냄새가 켜켜이 배여 본연의 향을 잃어버린 블레이저까지. 반면에 걸을 때마다 조금씩 절뚝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신랑이라는 것을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기라도 할 것처럼 멀끔한 모습의 준면을 보며 찬열은 치졸한 억울함을 느낄 따름이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바다와도 같았던 자신과 준면의 관계. 물처럼 자유자재로 온도를 달리하며 유연하게 굽이치는 준면과는 달리 늘 언저리에 외로이 솟아오른 암벽과도 같이 융통성이 부족했던 자신의 모습. 무슨 일이 있어도 곧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하던 준면과 결코 그러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 이별했던 그 날과 지금도,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구나. 늘어난 상념 탓에 가벼운 두통이 이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어느덧 느릿한 선율을 연주하던 하우스 밴드가 천천히 스테이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제 어깨를 툭 치며 눈치를 주는 익숙한 얼굴을 향해 고개를 주억거려 보인 찬열이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무대 위로 올라섰다. 연결된 앰프와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는 일렉트릭 기타의 튜닝소리를 따라 발을 까딱이던 찬열이 느릿하게 춤을 추다 말고 멈춰 서서 저마다 수다 삼매경에 빠진 인파들을 향해 천천히 눈에 담았다.
징 하고 울리는 기타소리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스테이지를 확인하고는 흥분한 얼굴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어찌 보면 익숙한 반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긴장이 돼 찬열은 축축하게 젖은 손으로 마이크를 움켜잡았다. 끊길 듯이 아슬아슬한 기타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어느새 신이 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인파들을 빠르게 훑은 찬열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I’m hurting baby, I’m broken down
I need your loving, loving
I need it now.
When I’m without you
I’m something weak….」
질리도록 불러 이제는 입에 완전하게 붙어버린 팝송 가사가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아직 화끈거리는 윗입술이 마이크에 닿을 정도로 붙인 채 노랫말을 중얼거리던 찬열이 개미떼처럼 득시글거리는 인파 가운데에 서서 어색하게 어깨를 들썩이는 준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눌한 움직임과는 달리 화사하게 만개한 웃음꽃이 자꾸만 시선을 잡아끌어서 찬열은 정신없이 눈을 굴려 하얀 얼굴을 쫓을 따름이었다.
「You got me begging, begging
I’m on my knees
I don’t wanna be needing your love
I just wanna be deep in your love….」
슬슬 가빠오는 숨을 몰아쉬며 찬열은 머릿속에서 노랫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나는 당신에게서 사랑을 갈구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사랑에 깊게 잠겨 들고 싶을 따름이에요. 찬열은 다시 눈을 부지런히 굴렸다. 신부와 손을 잡은 채 활짝 웃음을 터뜨리던 조금 전 모습과는 달리 우뚝 멈춰 서서 뚫어지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준면의 행동에 찬열은 초조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기계적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Sugar
Yes please
Won’t you come and put it down on me
Oh right here, cause I need
Little love and little sympathy….」
문득 갈증이 일어 입술이 바싹 말라오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혀로 입술을 빠르게 적셨다. 녹진하게 녹아내린 입술이 다시금 쓰려 오는 것을 느끼며 찬열은 인상을 설핏 찌푸렸다. 준면은 여전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Sugar
Yes please
Won’t you come and put it down on me
Oh right here, cause I need
Little love and little sympathy
Yeah you show me good loving
Make it alright
Need a little sweetness in my life….」
난 여기 있어요, 당신의 사랑과 연민이 필요해요. 내 인생을 달래줄 약간의 달콤함이 필요해요.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노랫말을 계속해서 읊조리며 찬열은 준면을 바라봤다. 열꽃이 올라 탐스러운 과실처럼 발갛게 반짝이던 아까와는 달리 크리스털 전등 아래에서 별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얼굴이 낯설어서 찬열은 슬쩍 웃음을 흘렸다. 어느덧 공연은 막바지에 다다라있었다. 가슴 아래로 미끈하게 뻗은 타이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찬열은 바삐 공기를 들이마셨다. 설탕 인형처럼 새하얀 손가락과 얼굴, 그리고 케이크에 올라간 체리처럼 다시금 붉은 빛을 띠는 눈가와 볼. 달콤한 사람. 내겐 너무 다디달아서, 기어코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게 만들던 사람.
「Sugar
Yes please
Won’t you come and put it down on me
Down on me, down on me.」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던 사람들이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모습으로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얀 테이블보를 적시는 분홍빛 칵테일과 바닥에 나뒹구는 올리브 꼬치, 그리고 얇게 슬라이스 된 채 덩그러니 놓인 레드벨벳 케이크. 찬열은 다시 준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반짝이는 눈동자를 하얗게 접히는 눈두덩 뒤로 감추며 그가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황홀하리만치 달콤한 웃음에 찬열은 바보처럼 그를 따라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온전히 삼킬 수 없을 만큼 달콤해서, 도무지 혼자의 힘으로는 소화할 자신이 없어서 몇 번이나 토해냈던 사람. 이제는 각설탕처럼 단단하게 뭉쳐진 그를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의 산물일까.
어느새 그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신부의 어깨를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빚은 것처럼 곱상한 얼굴과는 달리 투박하기 그지없는 모양새의 손이 우스워서 찬열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속을 까맣게 메우는 패배감 탓에 흩날리는 재처럼 잔뜩 말라붙은 목이 자꾸만 샴페인을 갈구했다.
-
그애님 예상 반응:
헤헤...
'토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준] 마음 (0) | 2015.06.29 |
---|---|
[카준] 느리게 하는 일 (0) | 2015.06.29 |
[세준 전력] 꽃밭에서 (0) | 2015.06.29 |
[카준 전력] 아가미 (0) | 2015.06.29 |
[세준 전력] Romantica (0) | 2015.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