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준] 마음 >구슬픈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 찬 늦여름의 캠퍼스는 고립된 마을을 연상시킬 만큼 한적한 편에 속했다. 굳이 눈을 굴리지 않아도 지독한 무더위에 찌들어 푹 퍼진 머리꼭지들이 한 가득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잘난 것들은 금방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예를 들면 동아리방 한쪽 구석에 앉아 한 기수 후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컴퍼스로 중심을 찍고 그린 듯한 뒤통수가 그 중 하나였다. 다정함으로 무장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무어라 음절들을 뱉어냈다. 분명 시시콜콜한 이야기겠지. 찬열은 괜히 다 닳은 문고리를 투박한 손길로 매만지며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따름이었다. [선배,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아직 전송되지 않은 문자가 설익은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이 널찍한 스크린 구석을 물들였다. 제 다리처..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7 다음